문화·교육 [민동필박사의 교육칼럼]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5) – 좋아하는 것과 즐거워하는 것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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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타인에게 조언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정말 그럴까? 공부방법을 전하고 가르치는 필자는 정반대로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일에 빠지면 오히려 성공과는 반대로 갈 수 있다고. 필자가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지 이제부터 살펴보자.
좋아한다는 것은 수동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 사람 등 좋아하는 것은 내가 노력하거나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일은 어떨까? 게임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에 몰두한다면 과연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게임이 사회문제의 하나로 꼽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 말이 되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요소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애인을 만나며,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으로서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은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는 넘어야 할 산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또 얻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한데 공부는 해 무엇 할까? 공부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생각하는 과정이다. 두뇌가 좋아하는 것들과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으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가 들어설 자리가 비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말의 조금 다른 형태는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것과 즐긴다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좋아한다는 것은 그저 바라만 봐도, 듣기만 해도, 느끼기만 해도 좋을 수 있는 수동적인 두뇌의 작용인 반면 즐긴다는 것은 내가 그 순간 그 자리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이 되어 있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예를 들자면 골프를 즐긴다는 표현은 골프를 치고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단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게임도 좋으니까 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게임도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이라는 대상을 놓고 생각을 해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즐거운 일을 하는 경우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골프를 먼저 이야기하고 게임을 덧붙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먼저 골프의 경우 처음부터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처음에는 사용하는 근육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내가 친 공의 방향도 또 힘도 조절하기 어렵다. 따라서 골프를 즐길 수 있기 위해서는 초기의 실수, 실패, 그리고 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른 심리적인 압박감 등을 모두 견뎌야 한다.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고가의 장비를 사 놓고도 사교 등 다른 목적이 있지 않으면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즐길 수 있기까지는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떨까? 왜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일까?
최근의 게임은 필자가 접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필자의 기억으로 게임은 간단하다.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장소를 찾아 움직이거나 필요한 근육을 발달시키는 등의 과정이 크게 필요치 않다. 또 게임의 경우 처음에는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성취감도 쉽게 맛볼 수 있다. 이렇게 접근이 쉽고 성취감 또한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 게임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게임을 하면서 즐기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함으로서 만족을 얻으려는 사람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을 품는 독자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필자는 게임을 포함한 모든 활동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는 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한 마디로 내가 직접 두뇌와 몸을 써가면서 실천을 통해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게임도 두뇌와 몸을 사용하면서 방법을 찾는다면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저 좋아서 한다면 공부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공부는 공부방법을 익히는 공부라는 것이다. 단순히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기 때문에 재미있어 공부를 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공부가 좋아서 하면 높은 성적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판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몰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 만족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방법을 찾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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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
· PonderEd Education 대표
· Infonomics society 자문위원
· World Congress on Special
Needs Education 학회장
· 밴쿠버 늘푸른 장년회 교육담당 이사
- 자세한 공부 방법은 필자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kr.PonderE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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