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민동필박사의 교육칼럼] 자녀를 믿는 부모에게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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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성경구절을 떠올리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참고로 필자는 종교가 없다. 그래서 성경이나 불경에 대한 지식도 짧다. 하지만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대목은 기억한다. 물론 이 말은 종교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같은 내용을 자녀교육에 적용해보려 한다. 그래서 제목을 ‘자녀를 믿는 부모에게 복이 있나니’로 정했다. 이제부터 필자의 의견을 적어 내려가겠다.
성경에서는 어떤 이유로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우선 믿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부터 생각해보자. 배우자가 주말이 몰래 골프를 하러 나갔다. 가지 말고 집안 정리하자고 했건만 몰래 나갔다. 그래서 왜 갔는지를 물었는데, 이러 저러 핑계를 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핑계라는 말은 지어내서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니 거짓말과 다를 게 없다. 그러면 이런 핑계를 듣는 남편/아내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너그러움이 넘쳐나면 거짓임을 알면서도 넘어가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추궁해서 진실을 캐내려 할 것이다. 그러면 상대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핑계를 찾아낼 것이다. 이러한 작전이 성공하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핑계가 거듭될수록 점차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 무난하게 넘어갔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상대측이 의심을 완전히 풀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리면 아예 상습적인 거짓말 장이로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삶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즉, 상대의 말을 믿지 않으면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믿으면 어떻게 될까?
상대의 말을 무조건 믿으면, 상대는 나를 속이기 쉬운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더 자주, 더 많이 나에게 거짓을 이야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거짓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데 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믿기도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도대체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헛갈리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제부터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의 차이와 함께 이 이야기를 풀어보고 새로운 접근법을 소개하겠다.
믿고 안 믿고는 본인의 판단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본인의 판단이다. 하지만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믿는다는 판단도, 믿지 않겠다는 판단도 모두 갈등의 여지를 남긴다. 믿어도 근거가 부족한 경우 그 믿음은 개인적인 희망으로서의 믿음이 된다. 또 믿지 않는다고 했을 때 또한 근거가 없으면 상대를 근거 없이 의심하는 것이 되고, 이러한 의심을 타인에게 전하면 모함이 될 수도 있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두뇌가 받아들인 정보를 단순히 ‘맞다/틀리다’의 이분법적인 판단으로 처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판단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두뇌 기능은 인간 고유의 두뇌 기능이 아니라 두뇌를 가진 많은 동물의 공통적인 정보처리 기능이다. 동물의 경우 매순간 생사의 갈림길을 걷다보니 빠른 판단이 필수다. 예를 들어 사자가 사냥을 할 때 순간의 판단이 사냥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하고 실패라는 결과를 만들기도 해 생존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빠른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생존의 위협을 받는 순간이 그렇다. 하지만 일상적인 대인관계는 생존의 위협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특히 자녀 교육이 그렇다.
자녀 교육은 자녀의 두뇌 발달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근거나 논리적인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 믿음이나 불신은 두뇌를 믿음 또는 불신에 갇히도록 만든다. 달리 말하자면 논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거다. 따라서 아이가 방에서 눈이 충혈이 돼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 게임했지!’라고 판단이 내려진 말을 하는 경우, 부모는 이미 자녀가 게임을 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과 믿음은 곧 두 사람 사이에 벽을 만들어 멀어지게 만든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벽이 생기면 교육은 물을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인간의 교육은 직접 보여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정보 전달이 제한적이다. 인간의 언어가 발달한 이유는 직접 경험이 아닌 두뇌의 논리적 정보처리 과정을 통해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키우는 도구가 언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으면 교육은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자녀의 이야기를 믿어주자. 믿어 주어야 자녀와 부모 사이에 벽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믿기만 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는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얻고자 하는 욕심이 강해질 수 있다. 이 때 적용하는 방법이 질문이다. 다만 짐작이나 판단을 내린 후에 하는 질문이 아니라 아이의 지금 바로 그 순간의 모습을 보고 서술한 후 질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의 눈이 충혈된 것을 보면서, ‘너 눈이 충혈 됐는데 뭐를 하고 있었기에 눈이 그렇게 빨갛게 됐어?’와 같이 관찰한 것을 서술하고 질문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증거가 없으니 아이의 말을 일단 믿어주는 방법이다. 아이가 게임을 해서 눈이 충혈 되었다면 스스로 미안함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다른 이유로 혼자 자신의 방에서 울다가 나왔을 수도 있다. 뚜렷한 증거나 이유가 없이 판단을 내리고 접근하면 아이도 부모와 마찬가지로 부모를 판단하고 짐작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를 믿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판단이 없는 질문을 한다면 자녀와 관계는 평화롭고 즐거울 수 있다. 가정이 화목하면 복이 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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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
· PonderEd Education 대표
· Infonomics society 자문위원
· World Congress on Special
Needs Education 학회장
- 자세한 공부 방법은 필자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kr.PonderE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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