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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오를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窓)이 열린 길이다.
- 김현승, 「플라타너스」 전문

1953년에 발표된 이 시는 ‘플라타너스’라는 가로수를 의인화하여 인생의 반려로 삼아 생에 대한 고독과 우수, 그리고 꿈을 간직한 사랑의 영원성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하여 감정이입의 기법으로 정서를 표출해 온 우리 시가의 전통을 계승했다. 간결한 시어를 구사하여 시상을 압축하고 있으며, 리듬감 있는 운율로 시적 감각을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플라타너스를 단순한 식물로서 바라보지 않고, 인간과 같은 생의 반려로 형상화하였다. 하지만 삶의 동반자를 사람이 아닌 사물에서 구하는 데서 오히려 화자의 고독과 쓸쓸함을 엿볼 수 있다. 플라타너스에게 영혼을 불어넣음으로써 이러한 고독을 해결해 보려 하지만 인간의 근원적 한계인 고독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제1연에서 화자는 플라타너스에게 너도 꿈을 아느냐고 물어본다. 플라타너스는 벌써 그의 머리를 파아란 하늘에 두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이미 꿈을 갖고 있다고 화자는 생각한다. 제2연에서는 플라타너스는 사람이 아닌지라 누군가를 사모할 줄 모르지만 제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누구든 쉬게 해 주는 것에서 헌신적이고 넉넉한 사랑의 모습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제3연에서는 플라타너스는 외롭게 먼 길을 걷는 화자에게 유일한 반려자로 고독을 위로하며 그 외로운 길을 동행하여 준다. 제4연에서는 화자는 이 고마운 플라타너스에게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싶으나, 나무와 사람은 신과 같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니지 못했고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제5연~6연에서는 화자는 플라타너스와 지상의 삶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 이웃하며 지켜주는 영원한 반려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시는 플라타너스를 의인화하여 꿈과 덕성을 지닌 존재로 예찬하고 그러한 자세로 삶의 길을 함께 가고자 하는 뜻을 노래하고 있다. 나무와 사람은 신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지만, 지상의 삶 속에서 서로의 고독한 영혼을 달래며 겸허하게 살아가자는 주제가 담겨 있다. 이 시에서 '플라타너스'는 높게 자라는 수직적 특성을 통해 꿈을 가진 존재로 상징되고 있으며, 빨리 자라 그늘을 만드는 속성을 통해 헌신적인 사랑을 가진 존재로 상징되고 있다. 또한 '플라타너스'는 외로운 화자에게 삶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가로수로 우리의 길을 지켜주었던 것처럼 인생길의 반려자가 되어 인간의 고독을 함께 하고 있다.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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